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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파업으로 예전에 방송됐던 드라마 스페셜을 재방송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언제했는지 모를 드라마가 왠지 마음에 끌리는 거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TV앞에 앉았는데... 보면서 너무 좋았다.
영상도.. 음악도.. 이야기도..

그래서 한번 소개하고 싶었다.


이 풋풋하고 아련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





* 우리가 계절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옆에 있었던 해림과 기석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때까지 한번도 떨어져본 적 없는 옆 집 친구였다.



어려서부터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매일 얼굴을 마주했고,

누구보다 가깝게 서로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친구였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사춘기 소년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질 참이었다.






그런 소년은 이제 첫키스를 꿈꾼다.

바로 그 때.. 소녀가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난 저렇게 마지막에 키스하는게 싫더라.



왜? 뭐.. 키스가 뭐 어때서?



아 깜짝야. 뭘 그렇게 화를 내?
난 그냥 엔딩이 키스인게 싫다구.
진짜 다 끝난 거 같잖아.



아 끝난거야. 엔딩이잖아.
자 봐, 사귈 때 단계가 뭐야?
손잡고 포옹하고..키스하잖아.
그러니까 엔딩에 키스지.



그런가..?


.......



그냥 품에 꼭 안아주는게 엔딩이면 좋겠어.
그게 더 따뜻해 보여.
둘의 얘기가 뭔가 더 남은거 같고.. 




그런 해림을 바라보며.. 결국 아무 것도 해볼 수 없는 기석..

자신의 행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친구의 관계까지 깨지게할까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그 두사람의 세계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한번도 본적없는.. 이상한 풍경...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마주친 두 눈빛은 서로를 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 놀란 해림은 결국 떨어졌고,

낯선 남자애는 놀라서 소녀에게 달려왔다.

​단 그 한순간의 풍경이.. 기석의 눈에.. 마음에..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뭔가 위험하다고..

이대로 그냥 두면.. 안될 것 같다고..

그 녀석은 오동경이라는.. 전학생이었다.

오자마자 거슬리는 그 자식은..

자꾸만 그들의 세계에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경의 눈에도 점점 기석과 해림의 스스럼없는 행동이 밟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석의 절대적 방어에도..

서로가 끌어당기는.. 흔히 말하는 운명의 힘 앞에선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말도 안되는 오해가.. 두사람을 우연으로 이어주는걸 보면..



뭐 묻었어?



너 코가 빨개..
되게 귀엽다.



.....


이런 말 신경쓰여?



안 쓰인다고는 못하겠네.



신경쓰이라고 하는 말이야.
이따 밤에 잠들기 직전에 또 신경써줄래?



그 전에 체할 거 같은데..

​별로 말도 없던 녀석이..

여자 앞에서 뭐 이렇게 능글맞게 작업을 잘 거는지..ㅋ

하지만 해림은 제법 털털한 척..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동경에게 뻐팅겨본다.



근데 왜 자꾸 뭘 물어?



담임선생님이 궁금한 건 너한테 물어보랬잖아.
니가 궁금해서 묻는건데.. 안 돼?



너.. 되게 느끼한거 알아?



근데 너 좀 설렜지?



그러게.. 내가 다 설레더라고..

나 느끼한 거 좋아했나 봄..

그렇게 둘만 아는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다시 마주친 두사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가 다시 해림과 동경을 이어주었다.

우산없지?

기다린 보람이 있네.


......



잘 생겨보일 때가 됐지..


되게 느끼하다고 내가 말 했었나?



또 설렜다는 말로 들을게.



......

그거 두고 걸어가면 안 돼.. 나랑?

걸어가자. 같이.



아.. 이 작가 누구야..

진짜 넘 좋다..


​그 밤.. 그렇게 또 둘만 아는 시간이 흘러가고..

같이 있는 순간 순간이.. 해림에게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 밤.. 동경은 이렇게 고백했다.



혹시.. 오늘은 대답해줄 수 있어?



어?

전학온 날..
우리 담장에서 마주쳤었잖아.


그랬었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연히 마주치고, 질문하고, 바라보고.. 웃고..

그거 다 너 좋아한다 말한건데..
너도 알고있다고 생각했어. 난..
그냥 짧게 할 걸 그랬나?

좋아해..
나랑 사귈래?

​아.. 최근 들어 본 어떤 고백보다.. 제일 좋았던..

고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경이 아니다.


미리 밝혀 미안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 사람...

해림을 어릴적부터 마주보고 자란.. 친구이자..

풋사랑을 시작해보지도 못한 이 녀석, 엄기석이었다.

​해림의 마음이 동경에게 가고있다는걸 위태롭게 느끼고 있던 기석은..

더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이따 10시까지 공원으로 와!

그러나.. 해림은 갈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있었기에...

​그 밤.. 아무 것도 해줄 말이 없었던 해림은

기석이 기다리고 있는 그 자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그 때.. 거짓말처럼 눈앞에 서있는 동경을... 발견했다.




고동경. 너는 내가 왜 좋은데..?



어?



서로 안지 한달도 안됐고

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왜..?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있어.
그럼 그 이유가 사라지만 그만 좋아하나?

난 그냥 어떤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



그게 언제였는데?



담장.. 



이제 해림도.. 더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동경이 말해준 그 순간.. 자신도 그랬기 때문에..

그러나 기석은 아직 아무 것도 인정해 줄 수가 없었다.


주말 내내 너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너는 왜 안했는데..?


......



주말내내.. 우리가 왜 서로 연락을 안 했겠니?
나는 네 질문에 니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가 없고..
너도 하려던 그 질문 소용없다는거 알아서잖아.


그래서?

모른척 그만하자.. 우리.

그 새끼를.. 진짜 좋아하기라도 한다는거야 지금?

그만해.. 나 무슨 바람피운 사람 취급하지마.



그런게 아니면 왜 나한테 선 긋는데?

우리가 그냥 친구일 뿐이면..!



나도 몰라 ,이 새끼야.
나도 몰라, 모르겠다구!

자신의 마음이 동경에게 가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이 어이없는 죄책감은 뭔지.. 그녀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힘없이 걸어가는 기석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 더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만은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건.. 오랫동안 자신옆에 있었던 기석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기에..


그녀의 어떤 순간도.. 역시 담장이었다.


그냥..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심장이 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아니라고.. 아닐거라고 애써봤는데..
어쩔 수가 없더라.
어쩔 수가 없었어.

그렇게.. 오랫동안 친구였던 두사람은..

생에 처음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쩌지 못하고..

​결국 서로에게서 한걸음 두걸음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해림은 이대로.. 그냥 친구일 수는 없는 거냐고.. 물어보지만..

기석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었다.



남은 고3의 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도록 다시 보지 못한 두사람...


그렇게 어른 아닌 어른이 된 두사람은..

재수를 하러 서울로 떠나는 기차역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아주.. 오랫만에...


오래간만이다. 윤해림.


드럽게 오랜만이다.

한 교실에서 모른척을 어찌나 잘하던지..
나 서울가는거 어떻게 알았냐.

모르는게 어렵지 모.



아무 일 없었던 듯.. 인사를 나눠보려 하지만..

기석을 보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는 해림..



너는 잘 지냈냐..?



못 지냈지.

널 모른척 하면서 내가 어떻게 잘 지내냐.. 




근데.. 내가 왜 울컥하지..ㅠ 

 


이제 다 커버린 소년은..

소녀에게 다가와 이렇게 살포시...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미안했다.
널 어떤 얼굴로 봐야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뭘 같이하고.. 뭘 같이하면 안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마지막 인사까지 안하면 안될 거 같아서..


잘 가.. 윤해림.




그들이 계절이라면..

지금 두사람이 서있는 이 시간처럼.. 눈내리는 추운 겨울인걸까?



소년은.. 안녕이라는 말을... 마지막 인사를 해 줄 수가 없어서..

그 오랜시간을 도망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함께 했던 시간으로도. 그녀의 현재를 잡을 수가 없었던 소년은

그동안 얼마나 애타고.. 아파했을까...


그래서 이제서야..

소녀가 원하는 엔딩으로 그녀를 보내줄 수가 있었을까..



두사람의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앞으로 함께하지 못할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일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보통 사랑하는 남녀가 주인공인데..

이건 늘 서브로 치부되던.. 주인공의 남사친이 주인공이었다.

그런데도.. 그 마음이 너무 절절하고 아련해서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하지만 러브라인을 버리지도 않았다.

처음 사랑을 알아가는 소년,소녀의 풋풋한 이끌림을..

아주 설레고 행복하게.. 보여줬으니까..



파업덕분에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포스팅을 위해 드라마의 편집과 다르게 포스팅을 재구성했다는걸 알려드리며..

이.. 뭔지모를 계절에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이 드라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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